■ 도의적 책임 회피하지 않겠다던 유병언, 도피 생활 이어가
■ 유병언의 사망으로 ‘불법증축 지시’가 사고에 영향 미쳤다는 점 입증할 수 없어져
■ 정정·반론 보도 청구로 언론에 책임 물은 기복침, 종교적 책임도 통감해야
10년이 흘렀다. 2014년 4월 15일 밤 인천항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가 침몰했고 이 사고로 295명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가족들은 여전히 그날의 고통 속에 머물러 있다. 진상규명을 외쳤으나, 참사 원인이 단 하나가 아니었기에 가설들만 존재할 뿐이다. 진실을 인양하자며 2017년 3월 23일 세월호를 건져냈으나 침몰과 함께 증거들은 지워져 있었다. 그러나 이견이 없는 사고 원인 중 하나가 있다. 바로 무리한 적재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허가받은 화물 적재량 대비 1227톤을 과적했다. 뒤이어 세월호 실소유주로 지목된 기독교복음침례회(기복침) 대표이자, 전 세모그룹 회장 유병언에게 책임론이 돌아갔다.
유병언은 왜 도주했나
말이 바뀌었다. 2014년 4월 20일 당시 김진태 검찰총장이 인천지검에 세월호 선사·선주 특별수사를 지시했다. 이틀 뒤 4월 22일 유병언 일가 회사 관계자 등 30여 명에게 출국금지가 내려졌고, 바로 다음 날 유병언의 자택 및 청해진 해운 관계사와 기복침 서울 용산 사무실 등 15곳에 대해 압수수색이 들어갔다. 수사망이 좁혀지자 유병언 측이 빠르게 입을 열었다. 유병언 일가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명율 손병기 변호사는 4월 23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병언의 자녀들은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유병언 역시 도피 생활을 이어갔다. 떳떳했다면 피할 이유가 없었다. 유병언의 도피가 길어지자 현상금은 5억 원으로 올랐다. 그러나 기복침 측은 “유병언 전 회장이 체포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10만 성도가 유 전 회장을 보호할 것”이라고 2014년 5월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전했다.
유병언은 사망
초라했다. 6월 12일 유병언은 전남 순천 서면 학구삼거리 인근 매실밭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갑작스러운 죽음에 타살, 위장 사망 등 수많은 추측과 의혹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유병언은 사망이 확정되었고 수사는 종결되었다. 아쉬움이 컸다.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유병언 일가의 비리를 수사한 인천지검 외에 세월호 사고 원인을 수사한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유병언이 세월호 불법증축에 관한 구체적 지시를 내린 사실을 확인한 단계였다.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입증하기 직전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구속 상태로 광주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청해진해운 김한식 전 회장은 검찰에 이미 “회사의 중요 사항은 유(병언)씨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병언의 죽음으로 ‘불법증축 지시’가 세월호 사고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더는 입증할 수 없게 됐다.
의혹은 증폭, 낳은 건 정정·반론 보도뿐
재갈을 물렸다. 의혹은 증폭되었고 유병언 관련 보도들이 매일 쏟아지자 기복침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기복침은 세월호 침몰 사건이 벌어진 4월 이후 언론사들이 보도한 8만 5000건의 기사를 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기복침 측은 200여 개의 언론사들을 상대로 “유 전 회장은 청해진해운 실소유주나 회장이 아니며 2400억 원 재산의 상당 부분은 기독교복음침례회 영농조합 소유”라는 내용으로 정정·반론을 신청했고, 대부분 받아들여졌다.
기독교복음침례회의 언론 대응은 타당하다. 그러나 구원파 신도이기도 한 청해진해운 김한식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의 주요 경영사항을 유 전 회장에게 재가받아 처리했다. 유 전 회장이 회사를 실질적으로 경영하는 회장이었다”는 법정 진술에 대한 종교적 책임을 통감해야만 한다.
법원, 유병언 회장 ‘세월호 침몰 사고의 원인 제공자’ 인정
마녀사냥이 아니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와 수습 과정에서 국가가 들인 비용 중 70%를 세월호 선주인 고 유병언 회장의 자녀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2020년 1월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2부(이동연 부장판사)는 국가가 유 전 회장 일가 등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청해진해운 임직원들이 장기간 화물을 과적하거나 고박(결박)을 불량하게 하는 등 위법행위를 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유 전 회장은 이를 알 수 있었음에도 감시·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 청구 금액 중 3723억 원을 구상금으로 인정하고 유 전 회장 일가의 책임을 70%, 정부의 책임을 25%, 세월호 고박을 담당한 회사 책임을 5%로 산정한다고 밝혔다.
끝이 보이지 않는 구상권 청구 소송
이 역시 전략일까. 유병언 일가가 구상권 청구 소송 관련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유 전 회장 자녀들이 구상금 청구 관련 1심 재판에 대해, 소송의 근거가 된 ‘세월호 피해자 지원 특별법’ 일부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4월 2일 2심 법원은 유씨 일가에 청구하는 게 과잉금지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수색과 선체 인양 비용 등은 국가가 부담해야 할 헌법상 의무라는 이유였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서 환수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올 때까지 소송이 중단된다. 삼 남매와 별도로 정부가 장남 유대균씨에게 제기한 구상권 소송은 유씨가 상속권을 포기해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오늘도 사단법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측은 “여전히 책임자를 찾지 못했다”며 “시민위원이 되어주세요”라고 호소하고 있다. 세월호 진실 규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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