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참 하나님이시라고 생각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잘못된 생각이 나왔으니 그것은 참 하나님이시므로 그가 참으로 인간의 몸을 가지고 태어나셨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성경이 성육신을 말하므로 전혀 부인할 수 없었던 일부 사람들은 그가 사람의 몸을 가진 것처럼 나타났으나 실제적으로 사람의 몸을 지녔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생각을 모두 가현설(假現說, docetism)이라고 한다.“그렇게 보인다”는 희랍어 “도케인”에서 유래한 이 가현설은 예수님이 인간의 몸을 가지시고 먹고 주무시고 십자가에 죽으시고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참으로 또는 본질적으로 성자께서 인간의 몸을 취하신 것은 아니고 단지 그렇게 보였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예수님의 신성에 충실하다가 인성을 희생시킨 대표적인 예다.성경에서 비판된 초기 가현설고대에 다양한 형태의 가현설이 있었다. 그 초기 형태가 아마도 에베소 교회에도 나타났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초기적 형태의 가현설에 대해서 요한 사도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사랑하는 자들아 영을 다 믿지 말고 오직 영들이 하나님께 속하였나 분별하라 많은 거짓 선지자가 세상에 나왔음이라 이로써 너희가 하나님의 영을 알지니 곧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체로 오신 것을 시인하는 영마다 하나님께 속한 것이요 예수를 시인하지 아니하는 영마다 하나님께 속한 것이 아니니 이것이 곧 적그리스도의 영이니라 오리라 한 말을 너희가 들었거니와 지금 벌써 세상에 있느니라(요일4:1-3)이 말은 사도의 가르침에 충실한 사람들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나님이시며(‘온전한 신성’을 인정), 동시에 육체로 오신 것을(‘온전한 인성’을 인정) 온전히 인정해야 한다고 전제하는 말이다. 그런데 예수께서 육체로 오셨음을 부인하는 사람들은 예수를 시인하지 아니하는 것이고(3절), 그것은 당시에도 활동하고 있는 적그리스도의 영을 따라하는 말이니, 하나님께 속한 영으로는 그런 주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그러므로 가현설은 성경에서 아주 명시적으로 적그리스도의 영을 따라 주장하는 것이라고 언급된 것이니, 아주 현저한 이단이다. 그런데 이런 성경의 명확한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그 후에도 계속해서 가현설적 주장들이 나타났었다.이단들의 가현설2세기의 영지주의(Gnosticism)라는 강력한 이단은 영적인 것을 강조하면서 예수님의 몸이 “일종의 환영적 몸(a Phantom body)”이라고 여겨서, 십자가 죽음 이후에는 그런 몸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하늘에 계시는 그리스도는 영으로만 계신다고 하였다. 이런 입장에서는 십자가에서 죽으신 것은 그저 사람인 예수라고 하였고, 그리스도의 수난은 그가 수난받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a make-believe)이라고 하였다. 이런 것은 누구나 쉽게 이단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도마복음서>를 비롯한 영지주의 복음서들은 정경 복음서들이 예수님께서 받으신 것으로 묘사하는 그 수난과 그리스도의 인격을 구별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영지주의뿐만 아니라 고대 교회에 이런 가현설적 경향을 드러내는 문서들이 많이 등장한다. 예수님이 참으로 하나님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하나님은 수난받으실 수 없으니 그는 실제로는 수난받으실 수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가현설적 생각을 한 것이다.정통교회의 반응그러나 성경을 참으로 믿고 예수님의 어떠하심을 제대로 믿는 사람들은 이런 가현설에 빠질 수 없다. 후대의 표현을 미리 동원해서 표현하자면 “신성은 신성이고, 인성은 인성”이라는 생각을 철저히 하면 이런 문제에 빠지지 않는다. 아주 이른 시기의 순교자였던 이그나티우스(Ignatius of Antioch, c.35–110)는 그리스도께서 “참으로 (여인에게서) 태어나시고, 잡수시고, 마시시고, 본디오 빌라도 치하에서 고난받으시고, 참으로 십자가에 못 박히셔서 죽으시고.... 실제로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하셨다”고 말했다(Ignatius, Epistle to the Trallians, 9). 이런 것이 성경적 입장이다.우리 시대에는 역으로 하나님이 수난당하신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것도 성경의 가르침에 크게 어긋나는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가현설과 같이 예수님이 하나님이시니 그가 참으로 인간의 몸을 취하여 여러 인간적 경험을 하신 것이 아니고 그런 것처럼 보였다고 주장하는 것도 심각하게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것이다.참된 신성을 지닌 예수님은 신성으로는 수난받지 않으신다. 그러나 그가 참으로 인성을 취하셨으니 그는 인성으로 우리를 위해 수난당하신 것이다. 우리 모두 성경의 가르침에 충실해서 예수님의 온전한 신성과 인성을 다 인정하면서, 그 성격을 손상하지 않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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