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21일,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사회는 갑론을박이 거세졌다. 언론들은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기사를 다뤘고, 주요 신문 사설에도 등장하며 뜨거운 여론을 형성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고수하던 세 명의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게 첫 무죄 판결이 있었던 날이었다.양심적 병역거부, 그 논란의 역사병역거부자들이 과거에는 훈련소에서 집총을 거부하다가 군형법 44조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하는 ‘항명죄’를 적용해 징역 2~3년 형을 받아왔다. 2000년 이후에는 입영자체를 거부해 병역법에 의해 처벌받는 것이 실제 형량이 적어 입영을 거부하는 추세로 바뀌었다.이러한 과정 중에 2004년 5월 2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정렬 판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첫 무죄판결을 내렸다. 징집에 불응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 두 명과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한 명의 신도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이 판사는 “입영 또는 소집을 거부하는 행위가 오직 양심상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양심의 자유라는 헌법적 보호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경우 정당한 사유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첫 무죄 판결에 대해 국민들은 혼란스러워했다. 기존에는 당연히 유죄판결을 받아야 마땅한 범죄였던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라는 판결은 충격이었다.
당시 병무청은 성명서를 발표해 “병역의무 이행의 기본질서를 와해시켜 국가의 존립자체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며 “남북 대치관계가 엄존하고 국민 개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국민 정서에도 배치된다고 지적하고, 특정 종교의 반 법률적인 신념을 인정한 것은 특혜시비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무죄 판결이 나온 다음 날인 5월 22일 한국갤럽에서는 “병역거부자 무죄 선고에 대한 견해”에 대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8%P)를 발표했다. “최근 법원에서는 ‘여호와의 증인’이란 종교의 신자 3명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지만 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님께서는 이 같은 법원의 판결에 찬성하십니까? 아니면 반대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찬성이 12.9%, 반대가 75.3%로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끊임없는 병역거부자, 늘어가는 무죄판결세월이 흐르며 병역거부자는 계속 나타났다. ‘2013~2017년 입영 및 집총거부자 발생 및 고발 현황’에 대한 병무청 자료에 의하면, 5년간 종교 및 기타 신념을 이유로 입영 및 집총을 거부한 청년이 2013년 623명, 2014년 565명, 2015년 493명, 2016년 556명, 2017년(8월 현재) 119명으로 총 2356명이다. 이 중 2341명이 종교적 신념에 의해 거부한 청년으로 99.36%에 달했다. 기타 신념으로 거부한 청년은 5년 동안 15명에 그쳤다.이들은 대부분 법적인 처벌을 받았다. ‘2013~2017년 5년간 입영 및 집총거부로 인한 형 확정 현황’(병무청)을 보면, ▲징역 1693명 ▲집행유예 2명 ▲기소유예 3명 ▲무혐의 7명 ▲재판계류 651명이다.국가를 적국으로 보는 여호와의 증인 교리로 인해 ‘교리적 병역거부’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외치는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슬로건이 사회 속에 뿌리 깊게 굳어왔다. 지속적인 설득, 노출과 외침을 통해 ‘무죄’ 판결은 점차적으로 늘어왔다. 2016년까지 17건에 불과했던 무죄판결(1심과 항소심 포함)은 2017년에 44건, 2018년 7월 현재 29건으로 총 90건에 달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병역거부에 대해 점차적으로 사회적인 인식이 변화되기 시작했다. ‘양심적’이라는 한결같은 주장에 조금씩 ‘수긍’하기 시작한 것이다.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에 대한 여론최근 6월 28일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게 되었다. 먼저 병역법 5조 1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병역거부자와 법원이 낸 헌법소원과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6(헌법불합치) 대 3(각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국회에 대체복무제 입법안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남겼다. 국민들도 대체복무제에 대한 찬반 의견부터 기간을 설정하는 문제까지 뜨거운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에 대한 국민의 입장은 어떨까?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8P, 2013년)에 의하면, “종교나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해 감옥에 가는 경우가 있는데요. 귀하는 이런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해할 수 있는 일로 보십니까, 이해할 수 없는 일로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76%가 이해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해할 수 있다는 대답은 21%에 불과했다.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한 여론은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가 컸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자는 방안에 대해 리얼미터의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3P, 2016년 CBS 의뢰)에서는 매우찬성이 7.2%, 찬성하는 편이 22.2%, 반대하는 편이 27.9%, 매우반대 25.7%로 대체복무제를 반대하는 의견이 높았다. 하지만 한국갤럽(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2018년 한국교회언론회 의뢰)의 조사에 따르면 찬성한다는 응답이 73.4%, 반대한다는 응답이 21.2%로 완전히 다른 답변이 나왔다.이번 헌재의 결정 이후 대체복무제의 기간에 대해 리얼미터에서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4P, 2018년)한 결과를 보면, 군복무기간과 동일 17.6%, 군복무 기간의 1.5배 34%, 군복무 기간의 2배 30.8%, 군복무 기간의 3배 이상이 14.4%로 1.5~2배 정도가 적당하다는 의견이 64.8% 나왔다.대체복무제 도입과 문제대체복무제 도입 여부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거운 가운데 어떤 문제가 있을까? 양심적 병역거부자 선별이 어렵다. 지금까지 하급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을 보면, 10대에 침례를 받고, 가족들도 여호와의 증인 신자인 경우가 많았다. 또 매월 60~70시간의 전도활동을 해왔으며, 일부는 형이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받은 청년들이었다. 오랜기간 종교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여호와의 증인으로서 교리를 지키기 위한 병역거부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며 병역거부의 이유가 타당하다고 본 것이다.하지만 대체복무제가 도입된다면, 여호와의 증인이 아니지만 개인의 양심에 의해 총을 들 수 없다며 병역을 거부하는 청년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여호와의 증인이 아닌 경우 병역거부의 타당성을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그 청년들의 진심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그렇다고 어느 정도 증명이 가능한 여호와의 증인만 대체복무를 허락할 수도 없다. 그건 특혜논란을 가중시키는 일이다.겉으로 증명할 수 없는 생각, 마음을 대체복무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병역 기피를 위해 어깨 탈골 수술도 마다하지 않는 현실을 인지해야 한다. 혹 여호와의 증인 신도라도 신도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병역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청년들의 병역거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짧은 기간 지켜본 것만으로 병역거부가 정당한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까?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첫 무죄판결이 난 지 14년이 지났다. 지금까지 시간이 지나면서 국민들은 병역을 거부하는 청년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높은 가운데, 법원에서는 병역거부자에 대한 하급심 무죄판결 횟수가 많아졌다. 대체복무제에 대한 여론은 조사기관에 따라 달랐으나 헌법재판소에서는 최근 대체복무제 입법안 마련을 제시했다.대체복무제를 시행한다면, 병역 기피를 위해 의도적인 병역거부자를 가려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또 대체복무제가 여호와의 증인 청년들을 위한 특혜로 전락할 수 있다. 감옥행을 감수하면서까지 병역을 거부하는 청년들을 보호하려는 헌법재판소의 배려는 이해할 수 있으나, 국민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대안을 만들기는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