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데워진 오후를 잠재우는 여름비가 한 차례 쏟아진다. 밀려오는 비 비린내를 삼키 며 더위에 가빠진 숨을 가다듬지만 여의치 않는다. 나는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가까스로 아기를 재우고 쌀을 씻는다. 이렇게 반복되는 일상에 쌀을 씻던 부산한 손이 느슨해진다. 하루 종일 잠잠하던 핸드폰이 식탁 위에서 흔들리며 걸음을 옮긴다. 오랜만에 걸려온 친구 윤희의 전화다. 아기는 잘 크고 있냐, 아픈 데는 없냐고 묻는 그녀의 익숙한 목소리가 수화 기 너머로 들려온다. 정 많고 유난히 속이 깊던 윤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몇 해 전 암 수술을 받은 나의 아버지 건강까지 챙긴다. 나는 아버지가 치료는 받고 있지만, 언제 재 발할지 몰라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누군가에게 뱉어냈던 그 이야기를 다시 읊조린다. 윤 희는 가만히 몇 초간 말이 없더니“죽음이란 것이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구나.”라며 자신 의 어머니도 암인데 1년 정도 밖에 살지 못한다고 나직하게 털어놓는다. 담담한 그녀의 목 소리에 알 수 없는 진곡한 슬픔이 묻어난다.
이 기사는 현대종교 2010년 9월호의 일부입니다.기사의 전문은 유료회원 가입 후 PDF 파일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