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가명)이 남매를 만난 것은 1997년 여름, 알싸한 밤공기가 당산나무를 에워싼 마을회관 앞이었다. 이사 온지 며칠 되지 않아 좀처럼 잠을 못 이 루다 동생과 산보를 나갔던 찰나, 나무 뒤에서 세 명의 아이가 도깨비처럼 튀어나와 괴성 을 지르며 달려 나갔다. 때가 낀 얼굴과 몸에서는 고린내가 났다. 며칠째 감지 않은 머리는 부스스했다.‘ 이거 뭐니?’라고 생각하는 동안, 어느새 아이들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다음 날 주일 9시, 천막 교회로 몰려 온 아이들 중에 유독 눈에 띄는 세 아이. 지난 밤 만난 아이들이었다. 주일학교에 참석한 세 아이는 의연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이사 온 나를 터줏 대감처럼 탐탁지 않게 바라봤다. 순식이 남매는 동네에서 고개를 흔드는 골칫덩이였다. 오래 전, 막내 순식이가 갓난아기 였을 때 어머니는 남편의 폭력과 가난을 이기지 못해 도망갔고, 아버지는 술과 담배에 찌들 려 살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 삶을 포기한 채 술에 의지해 남은 생을 살고 있었다. 저녁 무 렵, 동네가 시끄러워진다. 술 취한 순식이 아버지는 순식이 남매를 한 명씩 마당에 냅다 던 지고 있다. 공중으로 떠올라 바닥으로 내팽개쳐진 아이들은 마당 흙바닥에서 움찔하다가 수돗가를 짚고 겨우 일어난다. 마당으로 던져진 아이들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동네 어귀에 서 그날 밤 잠을 청하고, 다음 날 술이 깬 아버지의 눈치를 살피며 집을 기웃거린다. 교회에 매주 빠지지 않고 오던 세 아이는 사택의 저금통이나 집사님 가방을 정기적으로 털었다.
이 기사는 현대종교 2009년 6월호의 일부입니다.기사의 전문은 유료회원 가입 후 PDF 파일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