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31일 이재록 사망…2월 25일 당회장 취임
‘적통’ 지키기 위해 ‘만병통치’ 이재록 신으로 남겨둬야

만민중앙교회 이수진 직무대행이 당회장으로 공식취임했다. 만민중앙교회는 2월 24일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위임목사 취임감사예배를 드린 후 녹화영상으로 25일 주일 저녁예배를 대체했다.

 

▲만민중앙교회 위임목사 취임감사예배 (출처:만민중앙교회 홈페이지)

 

만민중앙교회 홈페이지에도 이수진이 위임목사로, 이재록이 원로목사로 이름을 올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공식적으로 이수진 체제가 시작된 것이다. 이씨는 당회장 이재록이 상습준강간 등으로 구속된 뒤부터 직무대행으로 만민중앙교회를 이끌어 왔다.

자칭 신의 죽음, 이재록 ‘사망’

2023년 12월 31일 이수진 당시 직무대행은 유튜브 예배 생중계 방송에서 “사랑하는 당회장님께서 먼저 천국에 가셨다”고 이재록의 사망을 알렸다. 2019년 8월 9일 상습준강간, 상습준강제추행 등으로 징역 16년 형을 확정받고, 교도소에서 수감 중이던 이재록은 2023년 3월 말기 대장암으로 형집행정지 된 상태였다.

이재록은 직통계시와 신유은사를 내세워 개척 16년 만에 신도수 6만 명이라는 교세를 이뤘다. 계시를 받는 대언자를 세웠고 자신은 이를 기정사실화했다. 이러한 목회는 일찍부터 기성교회에서 논란이 됐다. 이재록은 1990년 예성 교단에서 직통계시와 예언 등 극단적인 신비주의를 추종하는 이단이라는 사유로 제명처분 당했다. 이어 1999년 기하성 교단과 예장통합 교단, 2009년 예장고신 교단이 이단으로 결의했다.
 

▲이재록의 범죄 행위를 고발한 MBC PD수첩 장면

 

‘권능의 손수건’과 ‘무안단물’은 이씨가 신도들을 현혹하던 주된 방법이었다. 자신이 금식만 하고 기도만 하면 아팠던 몸이 낫는다며 ‘치유사역’을 시작했다. 그가 손수건에 안수하고 그 안수 받은 손수건을 아픈 부위에 갖다 대기만 해도 병이 치료된다고 신도들을 속였다.

무안단물은 이재록의 안수기도로 짠물에서 단물이 됐다는 ‘기적의 물’이다. 물론 그들만의 주장이다. 만민중앙교회는 이 물을 마시거나 뿌리기만 해도 불치병이 치유된다고 주장했다. 이전에도 이재록은 그의 생가터에 있는 화정샘물을 치료수로 홍보, 신도들을 현혹하기도 했다.

만민뉴스에는 물로 인해 치료받았다는 간증들이 실렸고, 많은 이들이 속았다. 결국 화정샘물은 1999년 음용수 부적격으로 방치됐고 미국 FDA의 조사결과 미네랄이 풍부한 양질의 물로 판명 받았다는 무안단물은 2020년 11월 수질 기준 부적합 판정을 받고 폐공됐다.

이재록은 자신을 ‘성령’, ‘목자’라고 지칭했다. 죽음도 피해간다고 했다. 그런 그를 신도들은 믿었다. 이씨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신도들을 기거하던 곳(기도처)으로 불렀다. 그리고 “이곳이 천국”, “자신을 성령으로 믿는다면 옷을 벗을 수 있겠냐”며 가스라이팅 했다. 그렇게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여신도들을 성폭행했다. 알려진 것만 9명, 40여 차례였다.

권능이 필요한 이수진, 여전히 이재록이 필요하다

이수진은 후계자로서의 불안정성을 노출해왔다. 당회장 직무대행 이수진에 대한 보고서 문건이 입수된 적이 있다. ‘사택보고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는 이수진과 만민기도원 전 전도사가 사실혼관계였고 2000년 가출은 임신 때문이었고, 두 번의 낙태를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수진이 지난 1월 금요철야 은사집회에서 권능의 손수건을 손에 들고 환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 모습(유튜브 채널 <강동원>)

 

2017년 당시 이재록은 이수진을 신사임당에 비유하며, “설교자(이수진)는 성결하고 깨끗하다. 세상과 짝하지 않고 남자를 접하지 않는다. 설교자로 세우는 사람은 이 땅에 범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만민중앙교회 후계자로서 이수진을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이수진은 모든 사실을 인정했고 사임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다시 직무대행으로 돌아왔다.

이재록이 교도소에 있을 때도, 사망을 한 지금도 만민중앙교회는 여전히 그의 영향력 아래 있다. 올해 1월 진행됐던 금요철야 은사집회 영상을 보면 이수진이 오른손에 손수건 케이스를 들고 환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재록 목사의 손 사진으로 포장된 케이스다. 안에는 이재록의 사진과 손수건이 들어 있다.

이 손수건에 이재록의 권능이 담겨 있다고 믿는 만민중앙교회 신도들은 아픈 부위에 케이스를 대고 기도한다. 여전히 권능의 손수건을 치유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수진이 통성으로 기도하는 배경에는 “주여, 아버지, 응답하소서”를 반복해서 외치는, 이재록의 육성으로 추정되는 소리가 깔린다.

탈퇴자들에 따르면 설교 후 이재록의 환자기도 영상을 재생하고 예배가 끝난 후 이씨의 인사 영상을 상영해왔다고 한다. 그리고 이씨의 목소리가 담긴 자동응답서비스를 통해 환자기도까지 해왔다고 전한다.
 

▲지난 2월 주일 집회 말미, 이재록의 기도 영상이 상영됐다(출처:유튜브 채널<강동원>)

 

폐공됐던 무안단물도 부활했다. 2022년 10월 무안군청으로부터 조경용으로 사용 허가를 받았다. 3월 3일 무안만민교회는 권능의 무안단물 24주년 감사예배 및 축하공연도 진행했다. 만민중앙교회 탈퇴자 모임 카페에서는 여전히 신도들에게 무안단물을 마시게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수년 전 무안만민교회에서 근무했다는 한 목사가 “이수진이 단물터가 폐공되자 새롭게 지하수를 파고 또 다시 권능의 단물이라고 속여 지금도 그 물을 신도들로 하여금 몰래 떠 먹게 하고 있다. 단물을 먹고 치유 받았다고 간증하며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들에게 여전히 이재록은 신이다

만민중앙교회는 사택파(이수진파)와 쌍둥이파로 갈려 있다. 탈퇴자들에 따르면 올네이션스 목자의 기도원(만국교회)을 개척한 쌍둥이파는 이수진의 교회 운영 방식에 대해 불만이 크다. 공식적으로는 이수진이 이재록이 성령이라는 것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민중앙교회는 겉으로는 평범한 교회라는 이미지를 가져가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별 심방 등에서는 여전히 이재록을 성령으로 세뇌한다는 것이 탈퇴자들의 증언이다. 그리고 여전히 이수진의 손에는 권능의 손수건이 들려 있다. 그들에게 여전히 이재록은 신이다.

이수진은 취임예배에서 “하나님께서 저에게 목자의 길을 가라 하신다. 목자님(이재록)도 나를 대신해 이 일을 감당하라 하셨다”며 “목자님이 이루셨던 사역들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간 만민중앙교회가 유지해 온 권능의 손수건, 무안단물 그리고 이재록의 신격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일단 신도들의 마음속에서 이재록의 권능이 살아 있어야 이수진이 ‘적통’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고, 만민중앙교회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후 어떤 방법이든 교리 수정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칭 ‘성령’, ‘목자’가 지병으로 사망함에 따라 내부결속력을 높이고, 탈퇴를 막기 위해서라도 신도들이 납득할 만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이수진을 신의 자리에 앉혀 놓아야, 그들만을 위한 세상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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