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천지를 탈퇴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한 미국 청년이 운전하는 차를 탈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그가 운전하는 동안 나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왜냐하면, 그 청년이 계속해서 꾸벅꾸벅 졸면서 운전을 해서 그 차 안에 있는 것이 너무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계속 졸면서 운전을 하면 어떡하냐?”고 물으니, “신천지에 있을 때는 이런 일이 일상이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신천지를 탈퇴한 직후 그 청년은 아무리 잠을 자도 피곤함이 풀리지 않는 사람처럼 며칠 동안이나 낮이고 밤이고 하루에도 12-13시간이 넘게 잠을 잤다. 마치 신천지에 있던 5년 동안 못 잤던 잠을 지금 계속 자고 있는 사람 같았다. 신천지를 탈퇴하고도 그 청년은 그 길고 길었던 피곤한 일상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해외 신천지 신도들은 한국과는 다르지 않느냐는 질문을 한다. 그런데 해외 신도들을 만나면서 내가 느끼는 것은 그들의 바쁘고 피곤한 삶이 한국 신도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번 호에서는 3명의 해외 신천지 신도들로부터 제보를 받은 그들의 탈출기를 소개하려고 한다.

이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1) 모두 신천지 안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신앙 생활”을 해왔다는 것, 2) 수면 시간을 줄여가며 “역사 완성”에 매진하던 사람들이었다는 것, 3) 이러한 그들의 열심은 감당할 수 없는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로 이어졌다는 것, 4) 그리고, 번 아웃의 늪에 다다라서야 마침내 신천지가 잘못된 곳이라는 것을 깨닫고 탈출했다는 것이었다.

미국 신천지 탈퇴자 A
(신천지 기간: 1년 반, 직업: 풀타임 직장인, 신천지 내부 직책: 일반 신도)

A는 어느 날 고속도로에서 운전을 하다가 문자 그대로 몇 초간 잠이 들어버렸다. 천만다행으로 아무 사고를 당하지 않았지만, 그는 바로 그날 신천지 탈퇴를 결심했다. 그제서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A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신천지가 아니어도 이미 무척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7일 내내 새벽 늦게까지 교육과 훈련에 참석해야 했고, 가짜 학생으로 센터 성경공부에 참석하고, 전도도 해야 했다. 그러던 중 고속도로 사건으로 정신이 번쩍 들게 된 것이다.

아래는 탈퇴자 A가 보내온 신천지 일정을 번역한 것이다.

월: 9:00pm 구역 모임, 10:30pm-11:30pm 전도 모임
화: 9:30pm 구역 모임 또는 구역 전도
수: 7:30pm 수요 예배, 10:00pm-11:30pm 복음방 교사 훈련 또는 전도 훈련
목: 6:40pm-10:00pm 센터에 잎사귀(가짜 학생)로 참석
금: 대부분 자유 시간, 하지만 가끔 이벤트 (9:30pm)
토: 6:50pm-10:00pm 센터에 잎사귀(가짜 학생)로 참석
일: 9:00am 새신자 교육, 10:00am-10:40am 구역 모임, 11:30am-1:00pm 예배, 1:00pm-2:00pm 구역 모임, 3:00pm-4:30pm 복음방 교사 훈련 또는 전도 훈련

- 위의 공식적인 일정 외에도 A에게는 수시로 감당해야 하는 비공식적인 일정이 많았다.

미국 신천지 탈퇴자 B
(신천지 기간: 9년, 직업: 없음, 신천지 내부 직책: 홍보팀장 등)

B는 신천지에 있었던 9년간 몸이 다 망가져 버렸다. 신천지에 있는 동안 B는 하루에 5-6시간을 잤다.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B가 매주 신천지에 쏟아부은 시간은 45-50시간이 되었다. B는 자신이 풀타임이라는 생각으로 신천지에 전념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B는 큰 스트레스와 과로로 몸이 다 망가져 버렸고, 급기야 병원에 입원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길고 피곤했던 신천지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아래는 탈퇴자 B가 보내온 신천지 일정과 메시지를 번역한 것이다.
이것은 응급실에 가거나 가족의 박해가 있는 경우 외에는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일정입니다.(코로나 이전)

일: 8:00am - 3:00pm 미팅 & 예배 (7시간)
월: 6:30pm - 10:30pm 센터에 잎사귀(가짜 학생)로 참석 (4시간)
화: 6:30pm - 10:30pm 센터에 잎사귀(가짜 학생)로 참석 (4시간)
수: 7:00pm - 10:00pm 예배 (3시간)
목: 6:30pm - 11:30pm 센터, 리더 모임 참석 (5시간)
금: 6:30pm - 10:30pm 센터에 잎사귀(가짜 학생)로 참석 (4시간)
토: 8:00am - 2:00pm 리더 교육, 정신교육, 전성도 전도, 지역봉사, 전도 행사 등. 토요일과 일요일에 리더들은 멤버들의 복음방 훈련, 보고서 작성, 상담 등을 해야 했다. (6시간)

- 단, 일정은 매일, 매주, 매월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일정이 더해지거나 줄어들 수 있었습니다.
- 아래의 시간들은 위에 있는 일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1) 운전시간: 일평균 1.5시간
2) 전도 이벤트: 밤새 계속 연습과 준비를 해야 하고, 토요일 하루 종일 준비할 때가 많습니다.
3) 상담/관리: 리더들은 멤버들을 관리하고 상담해야 합니다. 나는 7-8명의 멤버가 있었는데, 보통 일주일에 1명의 멤버를 만났습니다.
4) 인 맞음 시험: 막바지에는 이 시험공부를 위해서 계속 시간을 써야 합니다.
5) 개인전도: 쇼핑을 하거나 장을 볼 때는 전도를 하라고 합니다. 그래서 매번 장 보는 시간이 계획된 시간보다 늘어납니다.
6) 팀 활동: 홍보팀, 새가족팀, 예배팀, 대학부 사역팀 등에 소속되어 있으면 일주일에 몇 시간씩, 혹은 매일 몇 시간씩 시간을 더 써야 합니다.
7) 교사: 만약 복음방 교사나 전도사이면 교육을 준비하고 진행하는데 시간을 더 써야 합니다.
8) 리더: 만약 리더라면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합니다. 만약에 이 모든 것에 포함되어 있으면, 개인의 삶과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킵니다. 최소 투여 시간은 약 35시간이지만, 저는 4개 팀에서 리더로 활동하고 모든 교회 행사에 참여하면서 약 45-50시간을 투자했습니다.

뉴질랜드 신천지 탈퇴자 C
(신천지 기간: 3.5년, 직업: 대학생(일주일에 2일 아르바이트), 신천지 내부 직책: 전도 교관 등)

C는 신천지에서 3년 반을 보내는 동안 매일 평균 14-16시간을 신천지 교회나 신천지 일을 하면서 보냈다. 그는 열성적인 신도였고, 다른 신천지 신도들과 함께 살면서 거의 하루에 모든 시간을 신천지에 투자했다. 그렇게 열심을 내다가 그에게 번 아웃이 왔다. 코로나가 터지고 시간의 여유가 조금 생기자 C는 신천지의 교리가 진짜 맞는 것인지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고, 그로부터 1년 후 마침내 신천지를 탈출하게 되었다.

아래는 탈퇴자 C가 보내온 신천지 일정과 메시지를 번역한 것이다.

- 주간 일정
1) 예배 두 번: 수요일과 일요일에 약 1.5~2시간, 그 후에 부서 및 구역 필수 모임들이 있었습니다.
2) 복음방 교육, 구역장 교육, 계시록 교육 등: 일주일에 2-3회(숙제시간 1-2시간은 별도)
3) 센터: 잎사귀(가짜 학생)로 일주일에 3-4회(1회에 3-5시간) 참석
4) 전도 이벤트: 전도 행사가 있을 때마다 매일 저녁 적어도 3시간 이상
5) 보고: 수시로 열매(전도 대상)에 대해 여러 가지 보고 및 회의
6) 전도: 길거리 전도를 하고 나중에 만날 수 있도록 약속

- 저는 전도 교관으로 있으면서 하루에 14-16시간을 교회에서 보내거나 신천지의 일을 했습니다.
- 저는 다른 신천지 멤버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함께 벤을 타고 아침 9시경에 교회로 가서 30분간 지파장으로부터 “매일의 양식”(Daily bread)이라고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하루가 끝나고 모두가 돌아갈 준비를 마치면 밤 12시쯤이 되는데 그때 다 같이 집으로 돌아와서 잠을 잤습니다.
- 전도 교관이었던 저는 멤버들이 열매(전도 대상)를 효과적으로 전도하도록 계획했습니다.
- 저는 일을 많이 했지만 풀타임 멤버는 아니었습니다. 우리 교회는 많은 풀타임 멤버를 세울 만큼 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매주 2일은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대학생이었는데, 신천지의 역사 완성을 위해 수업을 빠지는 일이 많았습니다.
- 제가 6시간을 자면 그날은 운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가끔은 아침 7시 30분이나 8시에 리더 미팅을 하고 새벽 1시에 집에 들어오는 날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저는 5시간밖에 못 자게 되는 것입니다.
- 가장 힘든 부분은 지속적인 수면 부족이었습니다. 몇 달 동안 똑같은 일정이 반복되어 수면 부족이 쌓였습니다. 잠이 부족해서 깊이 생각하거나 집중하기 어려워 늘 기운이 없고 감정 기복이 컸습니다. 잠이 부족해서 무언가에 실패했을 때 가끔 울기도 했습니다. 일정이 너무 바빠 음식을 준비할 시간도 없었을 뿐 아니라, 일을 하지 못해서 패스트푸드조차 사 먹을 수가 없어서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 (미국의 대표적인 사이비 종교 문제 전문가인) 스티븐 핫산은 사이비가 회원들의 인지적 추론 능력을 감소시키고 고통과 희생을 통해 확신을 높이기 위해 수면과 적절한 영양 섭취가 부족하도록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신천지는 점심이나 저녁 식사 시간에 예배를 드리는 것 같습니다. 신도들은 식사를 못 하고 더 피곤해서 설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 저는 번 아웃이 오기 시작했고, 그렇게 1년 이상 일하면서 열정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확신을 갖고 계속 열심히 하려고 했지만, 한편으로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직책은 구역장에서 부구역장 그리고 구역 서무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면서 일정은 덜 바빠졌지만, 여전히 많은 압박감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코로나가 일어났고, 제대로 먹고 잘 자고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저는 그때도 여전히 신천지를 떠날 생각은 없었지만, 신천지 교육에 대해서 문제점들을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문제들에 대해서 질문을 했는데 아무도 그 질문들에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의 세월이 흐른 후 저는 마침내 진실을 깨닫고 신천지를 떠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면 부족은 사람들을 통제하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한 신천지 탈퇴자가 내게 해준 말이다. 신천지 신도들뿐 아니라 모든 다른 사이비 신도들은 모두 비슷한 현상을 겪는다. 마치 하루종일 정신없이 놀다가 씻지도 못하고 잠들어 버리는 아이들처럼 사이비에 빠진 신도들은 하루 일과가 끝나자마자 쓰러져 버린다. 몸이 버티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행동이 옳은지 그른지, 아니면 누군가가 나의 생각을 통제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시간조차 없는 것이다.

수면 부족이 강력한 통제 도구라고 나에게 말을 해준 그 탈퇴자는 “너무 바빴기 때문에 한발 물러서서 상황을 비판적으로 분석할 시간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신천지에 있을 때는 인터넷에는 악한 영들이 가득하다고 메아리치는 방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몸이 너무 지쳐 도저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서야 그들은 드디어 자신이 서 있는 세계를 볼 수 있게 되었다.

하나님은 이 땅에 있는 모든 인간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주셨다. 그러나 사이비는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의지를 통제하려고 한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객관적으로 세상과 사물을 보지 말고, 그들이 시키는 대로만 세상을 바라보라고 가르친다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곳으로부터 일단 한 발자국을 물러서는 일이다. 그리고 심호흡을 깊이 하고, 하나님이 우리들 각자에게 주신 가치와 자유의지를 가지고 객관적으로 모든 것을 살펴보아야 한다. 부디 모든 신천지 신도들이 이만희씨나 리더들의 말이 아니라, 스스로 모든 것을 확인하고, 깊이 생각해서,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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