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두 딸을 잃었고, 딸이 몇 년을 인생 허비하면서 ‘S’ 종교 하수인 노릇하고 있는데!”
“두 딸 보내줘요. 제명시켜 보내라고요!”

나의 아이들이 신천지에 빠졌다

신천지에 빠진 두 딸을 향한 간절함이 담긴 절규는 2014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큰딸 하영(가명)이는 두꺼운 책을 들고 다니며 약사고시를 공부한다는 이유로 자정이 넘어 귀가했습니다. 평소에 워낙 착하고 심성이 맑았기 때문에 거짓말이라고 의심은 하지 않았고 걱정되는 마음에 하루가 멀다하고 집 앞으로 마중을 나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가정이 다니는 교회의 청년부 회장이 신천지에 미혹될 뻔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미혹되지는 않았지만, 청년부 회장으로부터 더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신천지 센터에 갔다가 우리 두 딸을 봤다는 말을 전하더군요. 이 소식은 빠르게 교회 안에 퍼져 나갔고, 벌레 보듯 바라보는 교인들의 차가운 눈빛에 급기야 우리 가정은 그 교회를 나와야 했습니다.

 

▲신천지 본부에 찾아가 호소하는 피해자(출처: 영상 갈무리)

  

그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매일 밤 약사고시를 핑계로 늦은 귀가를 한 이유가 모두 신천지 때문이라는 것을. 모든 것이 우리의 두 눈과 귀를 막기 위한 교묘한 거짓 술수였다는 것을 말입니다. 영어학과를 전공한 학생이 갑자기 약사고시를 누군가로부터 지도받는 것 자체에 의심을 품었어야 했는데 딸의 모든 말을 믿었던 것이 실수였습니다. 그런데 더 큰 충격은 큰 딸 하영이뿐만 아니라 둘째 딸 하진(가명)이도 신천지 신도였습니다.

큰아이가 둘째 아이에게도 신천지를 알려주고, 입교하도록 도왔던 것입니다. 한 명도 아닌 두 명 모두 신천지라니. 두 딸 모두 신천지에 빠졌다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고, 절망의 한 가운데 외로이 서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허황한 망상에 사로잡힌 아이들

두 아이 모두 늦은 귀가는 물론 진행하고 있던 학업과 직장 일을 모두 중단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신천지가 주장하는 ‘육체영생’ 교리와 ‘14만 4000’에 대한 믿음 그리고 9월에 있을 ‘만국회의’ 참여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신천지는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딸에게 “너 죽어? 안 죽어”라고 물었습니다.

아이들은 “죽지 않아. 우린 육체영생할 거야”라고 대답하더군요. 그리고 “조금 있으면 온 세상 사람들이 각종 금은보화를 가지고 우리에게 가져와 안겨 줄 거야. 그때 가서 엄마, 아빠에게 집도 사 줄 거야”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9월에 있을 만국회의 준비를 위해 모든 것을 중단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만국회의를 통해 14만 4000에 들어갈 것이라는 허황한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신천지의 거짓됨을 폭로하고 있는 피해자(출처: 영상 갈무리)

  

기가 막혔습니다. 철저하게 세뇌된 아이들의 눈빛과 단호한 말투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땅을 치고 통곡하고 싶었고, 얼마나 아이들이 힘들었으면 이런 허황된 말을 신뢰할까 생각하며 아이들을 향해 긍휼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부모로서 풍족한 삶을 영위시켜주지 못해 아이들이 신천지에 빠졌나 싶은 자괴감마저 들게 되었습니다.

두 딸 모두 신천지 활동을 해야 한다며 집을 나갔습니다. 신천지에 아이들을 빼앗긴 저는 그저 하루하루 겨우 숨만 쉬고 살았습니다. 도저히 살 수가 없었습니다. 급기야는 죽음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기독교인인지라 자살은 할 수 없어 기도원에 들어가 금식기도 하며 죽어버리자는 생각밖엔 안 들었습니다.

그런데 군대에 막 입대한 막내아들이 생각나더군요. 아들을 생각하며 죽음에 대한 생각을 천천히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살아갈 희망도, 앞으로 나아갈 힘도 없어 6개월이란 시간을 외부와의 모든 관계를 끊은 채 지냈습니다.

신천지를 향한 처절한 대항

두 딸을 신천지에 빼앗긴 후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신천지를 예방하는 법이 필요하다.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면 안 된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라고요.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에 아는 지인으로부터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대표 신강식, 전피연) 발족식을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발족식에 참석했습니다. 참석하신 분들은 신천지에 아이들을 빼앗긴 저의 모습과 닮아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기다리는 간절함, 영적인 피폐함, 천지를 향한 분노, 정신적인 답답함. 아는 얼굴이 아니어도 큰 소리로 말하지 않아도 모두 같은 상황이며, 같은 마음을 품고 있기에 그저 눈빛만으로도 그 아픔이 다가와 눈물밖엔 흐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무조건 신천지로부터 되찾고 싶은 부모로서의 사명감이 우리 모두에게 동일하게 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발족식을 통해 수많은 이들이 저와 같은 아픔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신천지 대처사역에 동참하자’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신천지의 실태를 알리는 전단을 제작하여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으로 대처 사역은 시작되었습니다. 그 일을 감당하면서 대한민국의 그늘진 곳에 이런 참담함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이 많다는 것과 신천지의 폐해를 더 이상 묵인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뜻이 맞는 피해자분들과 신천지를 알리는 팻말을 만들어 청와대 분수대 앞과 과천에 있는 신천지 본부를 찾아가 1인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신천지 예배를 가는 청년들 앞에 팻말을 보여주며 신천지에 대해 알리고, 두 딸을 돌려달라고 외쳤습니다.

신천지 간부들이 시위하는 우리에게 찾아와 소리도 지르고 신고하여 경찰과 실랑이도 벌였습니다. 힘든 전쟁이었지만 두 딸을 찾고자 하는 간절함이 수모당하는 고통보다 더 높았기에 싸울 수 있었고, 분명히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기에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모두 하나님께 의지했습니다.

신천지에서 탈퇴한 아이들

시위를 진행하던 어느 날 신천지 이만희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편지 내용은 자신의 우월함과 시위를 중단해 줄 것을 설득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전 그 편지를 들고 신천지 본부 9층 예배당으로 찾아갔습니다. 이 편지가 저에게 무기 그 이상이었습니다. 전 소리쳤습니다.

“이만희가 나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내 딸 내놔라! 당장 내놔!”

신천지 본부 9층은 신천지가 예배드리는 핵심 장소입니다. 그런 곳에서 고래고래 딸을 내놓으라 소리치는 저의 행동에 많이 당황하더군요. 곤란했을 것 같습니다. 신천지 본부 밖에서 시위만 하다 본부 안까지 접근하여 소리를 지르니 두 딸도 놀랐을 거구요. 하지만 이런 저의 과감한 결단과 행동, 몇 개월간의 시위로 인해 두 딸은 결국 신천지를 탈퇴하여 저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하영이와 하진이 모두 집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완벽하게 신천지에서 탈퇴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신천지 교리에 세뇌된 마음을 회심하기 위해서는 이단상담이 급선무라는 판단이 섰고 안산 상록교회 이단상담실에 문의하여 상담을 받게 되었습니다. 우선 하영이는 강원도 한적한 곳 펜션에 들어가 상담을 받았습니다. 서울 시내에서 상담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신천지가 위치 추적을 하여 딸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었고, 언제든지 우리들에게서 딸을 데려갈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단상담도 쉽진 않았습니다. 상담도중 신천지인 여덟 명과 동생 하진이가 찾아와 하영이를 데려가는 상황을 겪게 되었습니다. 도저히 있을 수도 없고, 믿어지지도 않는 상황의 연속이었습니다. 자식에 대한 배신감도 상당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하영이는 안산 상록교회 이단상담실을 통해 하진이는 구리 초대교회 이단상담실을 통해 모두 회심했습니다. 하진이의 회심 과정에는 첫째 하영이의 설득도 한 몫 단단히 했습니다. 신천지 입교와 탈퇴 모두 하영이의 영향이 있었던 것이지요. 두 달간의 회심 과정을 마친 후 가정 예배로 믿음을 단단히 다졌고, 가족여행을 통해 무너졌던 가족 간의 사랑도 회복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정통교단의 교회에 출석하여 믿음 생활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2017년 7월 KBS 제보자들 “내 딸을 돌려주세요 엄마의 절규” 편에 나왔던 피해자입니다. 신천지를 상대로 청와대 앞에서 절규하며, 처절하게 싸웠던 저의 모습과 신천지 본부 앞에서 “내 딸을 돌려달라” 외쳤던 절규가 조금이라도 신천지로 인해 피해를 겪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신천지 근절, 우리 모두 나서야 할 과제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저는 신천지에 그 어떤 제재도 가할 수 없는 이 나라의 무능함을 직접 느껴본 장본인입니다. 그리고 신천지에 두 딸이 빠졌다는 이유만으로 한국교회로부터 외면도 당해 보았습니다. 교회를 나와 방황하면서 그리고 피해자분들의 고통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 자가당착에 빠져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있는 이 나라와 한국교회의 무능함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진정한 복음의 당위성 없이 자기들만의 세계 속에 빠져 외롭고 힘든 이들의 곤경에는 무관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잃어버린 양들이 지금도 비참하게 교회로부터 소외되어 처절하게 살아가고 있는데도 말이지요. 어찌 보면 신천지의 교세가 계속 확장되고 있는 것은 그 누구의 탓이 아닌 우리 교회가 만들어낸 추악한 결과물이 아닐까요.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피해자(출처: 영상 갈무리)

  

복음을 잃어버리고 배부른 잔치 속에 세속화되어 빈부의 차별이 난무하고, 돈과 명예가 교회의 주인이 된 작금의 행태가 지금의 현 상황을 만들어 버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천지에 빠진 영혼 모두 잃어버린 양입니다. 지금 교회가 외면하고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하나님께서는 분명히 그 책임을 우리에게 물으실 것입니다.

신천지에서 돌아온 신앙인들 대부분 교회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여 교회가 책임감을 느끼고 그들을 향해 두 팔 벌려 안아줘야 합니다. 더불어 이단사이비 집단에 대처하는 예방법이 생겨야 하며, 이단의 영향으로 피폐해진 가정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체계적인 방패막이 생겨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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