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6일에 전남대학교에서 경품 추첨 조작 논란과 신천지 포교 활동 의혹에 휩싸인 총학생회 회장 임OO(통계학과 3년)에 대한 탄핵 투표가 진행되었으나 부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총선거인 수 1만 6798명 중 7802명이 투표에 참여하여 투표율 46.45% 기록했고 찬성 투표수는 3823표(49%)로 집계되었다. 투표율 50%와 찬성표 66.6%를 넘어야 탄핵이 성립되는데 투표율과 찬성표가 모두 기준 미달하여 부결되었다. 그런데도 총학생회장은 임기를 수행하는 것이, 학생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이므로 사퇴하겠다는 태도를 밝혔다. 신천지 포교 활동 의혹 당사자인 부총학생회장 한OO는 지난달에 사임한 상태다.

최근 사태처럼 전남대학교는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신천지 연관설에 걸려 낙마한 경우가 종종 있다. 과거에도 부총학생회장 후보가 신천지 신도라는 의혹이 제기되어 사퇴한 사례도 있었다. 전남대학교를 장악하려는 신천지, 학교를 지키고 신천지를 몰아내려는 학생들과 싸움은 그 역사가 매우 깊다. 앞으로도 학생 자치기구를 장악하려는 신천지의 움직임은 계속 진행될 것이다. 왜 그들은 학생자치기구를 장악하려고 하는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그전에 전남대학교를 장악하려고 했던 과거를 잠깐 살펴보자.

신천지의 전남대 동아리연합회 장악 사건

▲전남대학교 정문

 

2002년에 전남대학교에 공부하러 갔을 때 신천지와의 싸움은 아직도 생생하다. 전남대학교 교정을 떠난 지 어느덧 16년의 세월이 흘렀다. 1999년에 전남대학교 동아리연합회를 장악하고 있던 신천지는 2004년 결정적인 증거물이 제시될 때까지 신천지 연관성을 부인하며 거짓말로 학교 본부, 학생들을 속이고 있었다. 당시 신천지 의혹을 제기한 전남대 기독학생연합회 소속 다섯 개의 동아리 CCC, ESF, IVF, SFC, YWAM은 제명을 당하기도 했다. 2002년 3월 26일 기독 학생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고 신천지 신도들의 동아리연합회 장악설을 알리기 위해 전남대 제1학생회관에 모였다. 그러나 전날 25일 그 소식이 신천지 측에 누설되었다. 그들은 신도 300명을 동원하여 학교에 무단으로 침입한 후 기독 학생들과 물리적인 충돌을 일으켰다.
 

이 사건으로 인해 수면 아래 있던 신천지 문제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기독 학생들은 신천지 동아리연합회를 비판하는 노력을 했다. 학생들에게 가장 빨리 알리는 방법은 전남대 신문이었고 독특한 대학생만의 문화인 대자보였다. 대자보를 새벽 2시까지 매직으로 일일이 써서 다음날 16개 단과대학에 붙였다. 그러면 30분도 안 돼 대자보가 찢기고 사라졌다. 신천지와의 싸움이 치열해 갈 때쯤 2004년 6월 29일 낮에 제1, 2학생회관, 도서관, 인문대 건물 등지에 배포된 전남대학교 교지(校誌) 「용봉」 도난 사건이 발생했다. 학우들의 소식과 학교 소식을 1년에 한 번 발행하는 전남대학교 교지 한 편에 신천지에 대한 글이 실려 있었는데 누군가 교지 1500여 권을 통째로 가지고 사라졌다. 교지를 편찬했던 용봉편집위원회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학우들의 제보를 받아 당시 예술대 재학 중인 김모 양을 경찰에 고소했고, 다른 범인 중 한 명은 광주의 타 대학교 학생으로 밝혀졌다. 그는 신천지 신도였고 후에 필자는 그 친구를 만나 교지 탈취 사건의 전모를 듣게 되었는데 “신천지 중견 간부의 지시를 받고 그런 행동을 했다”고 증언을 해주었다. 그럴 때마다 동아리연합회는 학내 언론 매체인 교지를 임의로 빼돌려서도 안 되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신천지와의 연루설을 부인했다.

신천지와의 싸움에 지쳐갈 무렵 동아리연합회장 류O와 부회장 이OO이 신천지 광주 베드로 지파 여름 수련회에 참석한 사진이 입수되었다. 전남대 총학생회를 비롯해 16개 단과대학 학생회, 동아리연합회 대표들이 참여하는 비상대책회의가 소집되었다. 그 자리에서 동아리연합회장 류O와 부회장 이OO에게 신천지 연관성을 재차 물었지만, 사진을 보여줄 때까지 그들은 계속 거짓말로 부인했다. 그러나 결정적 증거물이 제시되자 그때야 비로소 신천지 신도임을 인정했다. 회의 장소는 환호와 탄성으로 가득 찼고 곧바로 동아리연합회장과 부회장의 자격 정지가 결정되었다.

그날 밤 신천지 측에서 증거 인멸을 할 가능성을 우려해 다시 비상대책회의가 소집되어 동아리연합회장과 부회장을 동아리연합회 사무실에서 퇴거시키는 절차를 합의했고 곧바로 시행되었다. 당시 동아리연합회 사무실에 회장 류O, 부회장 이OO와 신천지 신도 송OO이 있었다. 이들은 동아리 사무실에서 숙식했는데 사실 불법이었다. 학생 자치기구에서 결의한 결정문을 보여주며 곧바로 퇴거해 달라고 했으나 그들은 거부하였고 몸싸움이 일어났다. 당시 필자는 신천지 신도들에게 납치, 감금, 폭행을 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캠코더로 현장을 촬영하는 일을 했다. 동아리연합회 사무실에서 쫓겨난 신천지 신도들은 며칠 지나 폭행당했다는 전단을 만들어 교내 학생들에게 뿌리고 필자를 비롯해 11명을 광주 북부경찰서에 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그 사건은 촬영된 캠코더의 내용을 토대로 무혐의로 일단락됐다. 그 후 2005년에 동아리연합회 전체회의에서 회장과 부회장에 대한 탄핵이 이루어져 신천지 집단의 전남대학교 장악 시나리오는 실패로 끝나게 되었다. 이때 신천지에서 작성한 총학생회 장악 시나리오 문건이 발견되었다. 전남대에 국한되지 않고 신천지 12지파에서 각 대학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 자치기구를 장악하기 위해 여러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신천지가 캠퍼스를 장악하려는 이유

그러면 왜 신천지는 캠퍼스 장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가? 몇 가지 정리해 보면 그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 캠퍼스에 대학생들이 많아 포교 활동하기가 좋기 때문이다. 전남대만 하더라도 약 2만 명의 학생들이 학교에 다닌다. 굳이 따로 바깥에 나가 포교행위를 하는 것보다, 캠퍼스 안에서 대학생들을 미혹하는 것이 훨씬 시간도 절약하고 경비도 아낄 수 있기 때문에 신천지는 캠퍼스를 중심으로 그 세력이 확장되고 있다.

둘째, 대학 캠퍼스는 중고등학교, 직장과 비교하면 학생들의 활동이 보장받고 자유롭다. 만남의 기회도 많고 맘만 먹으면 누구든 만나 친구, 선후배, 이성 교제가 가능하며 스터디, 취미, 봉사, 동아리 등 다양한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캠퍼스의 자유스러운 분위기와 문화는 신천지와 이단들의 포교활동에 유익을 주고 있다. 그들은 캠퍼스가 주는 매력을 포교 활동으로 이용하고 있고 세력 확장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셋째, 신천지와 이단들은 캠퍼스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고민을 해왔다. 그래서 찾은 방도가 학생자치기구 장악이다. 1970-80년대 대학 캠퍼스는 학생 운동권을 중심으로 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아주 강했으나, 1990년대 이후 민주화가 이뤄지면서 운동권이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갔다. 그리고 운동권 학생들의 불성실한 캠퍼스 생활이 도마 위에 올라왔다. 또 과거 정치권과 대학 캠퍼스는 연결되어 총학생회장은 정치권으로 입문하는 통로가 되었다. 그러나 민주화로 신선한 외부 인사를 정치권에서 활용하면서 대학 캠퍼스의 총학생회 자리는 인기를 잃게 되었고 그 결과 총학생회를 장악해왔던 운동권 세력의 몰락을 가져왔다. 그 자리에 학생들의 복지와 취업 등 학생을 위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목표가 사라지고 급속하게 학생들의 신임을 잃은 운동권은 조직을 이끌고 나갈 수가 없었다. 그 자리를 반 운동권 세력과 신천지 집단에서 장악하게 된 것이다. 신천지는 이미 세력을 구축하고 있어 학생 자치기구 장악은 시간문제였다.

넷째, 동아리, 단과 학생회, 총학생회 등 학생 자치기구를 장악했을 때 신천지 대학생들의 인적 자원을 가용할 수 있는 활로가 개척된다. 학생 자치기구 장악은 전 세계를 신천지 화(化)해야 한다는 그들의 목표에도 부합되어 조직의 단합과 활성화를 가져와 성장의 기반이 된다. 무엇보다 학생 자치기구를 장악하면 대학 캠퍼스 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무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신천지 입장에서 공간을 무료로 얻는다는 것은 회의 장소, 모임 장소, 물품 보관 등 일반 학생들이 누리기 어려운 혜택을 갖게 된다.

다섯째, 학생 자치기구를 장악하면 포교활동을 하는 데 있어 방패막이가 된다. 신천지 포교 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신고가 들어와도 무시하거나 적당한 선에서 신천지와 연관성 없는 일로 처리해 버린다. 그리고 신천지 학생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여러 프로그램 등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다. 학생을 대표하는 기구에서 시행하는 프로그램이므로 의심을 덜 받게 되고 신천지 신도들이 활동하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 있다.

여섯째, 학생을 대표하는 기구이므로 어느 정도 공신력을 가지게 된다. 이 지위를 이용하여 학교 본부를 비롯해 시청, 북구청, 문화 재단으로부터 재정을 지원받을 수 있다. 재정 지원은 곧 신천지 신도들의 활동과 연결되기 때문에 신천지에서 보면 매우 매력적이다. 또 공무원이나 사회 인사들과 인맥을 맺을 수 있다. 사회적 인맥은 현재와 미래에 신천지 활동을 하며 문화사업, 청년사업 등을 따내는 데 매우 유리하게 작용한다. 신천지는 학생 자치기구 장악을 발판삼아 정치 단체, 국가 기구, 공공 단체를 장악하는 행위를 진행할 것이다.

캠퍼스의 신천지 대처 방법

지금까지 신천지가 대학 캠퍼스를 장악하려는 이유를 살펴봤다. 분명 그들은 학생 자치기구 장악이 그들의 활동에 유익이 되고 활력소가 되므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해마다 총학생회 선거철이 되면 나타나는 신천지와 후보 간의 유착설은 전남대학교 구성원을 긴장시키고 피로감을 주고 있다. 전남대학교 총학생회는 신천지로부터 학교와 학생들을 보호하고자 학생 자치기구에 출마할 때 종교와 신상을 명확하게 기재할 것을 결의했다. 고무적인 결정이긴 하나 근본적인 책임과 해결책은 신천지에 있다. 그러나 그들의 잘못된 관행을 바꾸지 않는 한 대학 캠퍼스의 구성원들 스스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려고 한다.

첫째, 대학의 실질 책임자인 각 대학 총장들이 나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 총장협의회에서 정식 의제로 다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현재 지방 대학들은 학생 유치 문제로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실례로 익산의 원광대학교는 총장 사퇴설이 제기되었다. 대학 정원 미달로 인한 사퇴 촉구로 대학이 어수선하다. 입학한 새내기들마저 신천지와 이단 단체에 빠져 학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대학 본부는 학교 이미지 추락 때문에 수수방관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제는 대학 본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신천지 퇴치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신천지 신도가 넘쳐나는 대학을 어느 학부모가 보내고 싶겠는가? 대학 본부는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셋째, 대학 본부와 학생들을 중심으로 종교 실명제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신천지는 위장 포교 활동을 아직도 고집하고 있다. 한 언론 조사에 의하면 전남대학교 학생 구성원들이 서로를 의심한 경우가 약 90%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대학 본부와 학생들은 이 여론조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학 캠퍼스를 살리는 방편으로 종교 실명제 운동을 펼쳐야 한다. 대학 총장협의회에서도 이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루고 정치권과 시민들을 상대로 종교 실명제를 법제화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대학 캠퍼스를 보호하고 지키는 것은 학생만의 몫이 아니다. 더 큰 힘과 권한을 누리는 대학 총장, 대학 본부, 교수들에게 더 큰 책임이 있고 의무가 있다. 대학 캠퍼스 구성원들이 대학 지키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대학 동문회와 함께 종교 실명제 법제화와 신천지 활동에 대한 대안을 마련한다면 구체적인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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