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던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실력과 이론을 겸비한 국악과 교수가 되는 것이 나의 꿈이었기에 특수목적고를 가지 않고 중, 고등학교를 인문계로 다녔다.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 때문에 충분한 지원이 어렵기도 했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나는 더욱 최선을 다해 판소리를 배우고 학업도 놓치지 않으려 열심히 애썼다.

중학교 2학년 때 인천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부터는 주말이 되면 버스를 타고 4~5시간이 걸리는 대구에 있는 판소리 학원으로 내려가서 1시간 레슨을 받고 집안일을 돕고 공연 연습을 하고 올라오곤 했다. 고등학교 때는 밤 10시에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면 바로 연습실로 가서 새벽 1시까지 판소리 연습을 하고,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점심, 석식 시간에 학교 뒤편 공터에서 연습을 했다.

학교에서 소풍이나 캠핑을 가는 날, 대회 날짜가 잡히면 무조건 대회를 선택했고 그래서인지 학창시절 친구들과의 추억을 많이 만들지는 못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좋은 직장이 보장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현실은 어둡고 갈 길은 막막했다. 신천지에 있었을 때는 신천지 수료식에서 교주 이만희 앞에서 판소리로 찬양하는 것이 내 생애 최고로 영광스러운 자리가 될 거라 믿었다.

지금은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끔찍한 상상을 한 것이 지만 말이다. 신천지에 미혹되어 탈퇴하기까지 약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15년이라는 길다면 길었던 음악 인생을 모두 내려놓아야 했다. 다니고 있던 직장을 모두 그만두고 오로지 신천지 광신도로 살았던 나는 신천지 교리가 잘못된 것을 깨달았을 때, 모든 것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정말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나를 신천지로 미혹한 친구도 음악을 전공했었기에 사람에 대한 배신감도 너무 컸다. 또한 신천지에 빠지기 전에 함께 음악을 했던 동료들에게 양심의 가책 없이 연기, 거짓말을 하며 속였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에게 큰 상실감과 죄책감을 주었다. 그리고 한창 내 꿈을 펼칠 수 있었을 소중한 시간이 아무 의미 없이 버려졌고 그 시간을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가장 힘들었다.

다시 필드에 나가서 음악 활동을 할 수 있을지, 다시 당당하게 사람들 앞에서 무대에 설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하나님은 이미 다 알고 계시고,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 가운데에서 나를 찬양사역자로 세워주시기 시작하셨다. 처음으로 찬양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던 것은 회심 후 우리 교회 성도님들 앞에서 간증을 하면서 하나님께 찬양으로 영광을 돌려드린 일이다.

내가 가장 은혜받은 말씀이었던 고린도후서 5장 21절 말씀(하나님이 죄를 알지도 못하신 이를 우리를 대신하여 죄로 삼으신 것은 우리로 하여금 그 안에서 하나님의 의가 되게 하려 하심이라)을 판소리로 만들어서 ‘십자가의 전달자’라는 찬양과 함께 불렀다. 그때, 하나님이 왜 내게 판소리의 재능을 허락하셨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지나고보니 노래하는 은사와 재능을 허락하신 것도 하나님의 선물이었다.

신천지 탈퇴자 청년들과 함께 찬양드리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신천지에서 회심한 청년들 중에는 음악에 재능이 있는 친구들이 정말 많았다. 같은 지파는 아니었지만 실용음악을 전공한 한 자매가 상담을 받고 돌아왔다. 처음엔 서로의 아픔과 힘든 마음을 함께 나누며 신천지에서 건져주신 하나님에 대한 감사를 나누다가 서로 다른 전공이지만 함께 하나님을 찬양하면 어떨까 하고 아이디어를 모았던 나눔들이 팀을 결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2016년 10월 13일에 신천지 피해가족 연대모임에서 주최한 문화행사를 위해 나와 그 자매는 ‘노재미 밴드’라는 이름으로 찬양사역을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가장 큰 은사인 목소리로 힘들고 지친 마음을 극복해보자고 서로에게 자신감을 북돋아 주었다. 서로의 상처를 음악으로 소통하며 격려하고 보듬어 주고 다시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노재미 밴드’는 ‘로페카멜로디’로 활동의 범위를 넓히게 되었다.

‘로페카’는 히브리어로 치료자, 위로자 되시는 하나님이라는 뜻으로 우리들의 찬양을 통해 위로자 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기를 소망하며 팀명을 바꿨다. 세상에서는 늘 경쟁을 하며 음악을 해야 했는데, 잘 해야만 한다는 부담감과 열등감을 내려놓고 그 친구와는 동등한 관계에서 하나님께 찬양 드리기 위해 서로 소통하는 시간이라 더욱 행복했다. 함께 복음으로 가사를 쓰고 찬송가와 민요를 편곡하고 오직 주님만을 기쁘게 찬양하는 그 순간순간마다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였다.

하지만 부딪혀야 하는 어려운 순간들도 있었다. 혹여나 찬양사역을 하다가 신천지 측의 방해나 협박 등이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고, 신천지 출신이란 사실을 밝히고 찬양사역을 할 때 교회에서나 사역지에서의 반응이 두렵기도 했다. 우리의 열정만으로는 찬양사역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느낄 즈음 앨범을 만들고 사역을 하는데 여러 가지 경제적, 환경적인 문제와 어려움도 함께 찾아왔다.

어떻게 찬양사역을 해야할지 막막하게 느껴졌다. 우리가 가고 있는 이길이 맞는 것인지 옳은 길인지 고민했다. 그렇게 여러 가지 상황들로 나와 그 자매는 결국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로페카 멜로디’로 국악찬양사역을 하고 있고 언젠가는 우리가 다시 모여 함께 하나님을 찬양 드릴 그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아무것도 계획되지 않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간증과 찬양을 드릴 수 있는 기회와 자리가 마련되었다. 지난해 초 CBS ‘새롭게 하소서’에 출연하게 되면서 내가 지금 찬양사역을 하고 있는 것도 오직 주님이 쓰시겠다 허락하고 열어주시면 주님의 능력으로 모든 것들이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신천지 탈퇴 가족으로 기독교 방송이 아닌 MBN 예능프로그램에도 섭외가 되어서 부모님과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기도 했다. 사람들이 인정해주지 않아도 하나님이 인정해주시고 나의 길을 인도하고 계심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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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강 한양대 국악과 졸업 2015년 신천지 탈퇴 후 안산 상록교회 출석 CCM 찬양팀 ‘로페카멜로디’ 보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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