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의 고운 나비가 있다. 나비는 크고 화려한 문양을 한 날개를 가지고 있다. 하늘을 날아야 할 나비가 날지 못한 채 작동을 멈춘 낡은 기계 구석진 곳에 앉아 있다. 푸른 하늘을 벗 삼아 훨훨 날아다니며 살아가야 할 나비가 살만한 곳이 아니다. 나비는 기계 위의 세상에서 행복을 꿈꾼다. 이루어지지 않을 소망이라는 걸 전혀 모른 채 오늘도 오지 않을 그 날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신천지였던 며느리 통해 알게 된 딸의 소식

저는 신천지에 빠진 딸을 둔 아빠 한동수(가명)입니다. 사랑하는 나의 딸 소희(가명)는 대학 1학년이었던 8년 전 친구의 소개로 신천지를 알게 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신천지인으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금지옥엽 하나밖에 없는 딸이었기에 남들만큼 이쁘게 재주 많은 아이로 키우고 싶었습니다.

 

▲‘고장난 기계’를 신천지로, ‘날지 못하는 나비’를 딸에 비유한 작품

  

노래도 잘하고 악기도 제법 잘 다뤘던 딸은 우리 집의 보물이며 지금도 여전히 제 마음속 가장 귀한 존재입니다. 저에게는 아들 지우(가명)도 있습니다. 지우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여 아이도 있는 가장입니다. 그런데 지우의 배우자되는 아내, 내 며느리가 신천지인이었습니다. 저는 이 결혼을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며느리는 아들 지우를 선택했고 신천지에서 탈퇴했습니다. 소희가 신천지라는 것은 같은 지파에서 활동하던 며느리에게 들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신천지인 딸과 신천지였던 며느리를 곁에서 지켜보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육체영생보다 더 깊은 관계 중독에 빠지다

신천지에 빠진 소희를 기다린 지 이제 8년째입니다. 부모인지라 사랑하는 나의 자녀가 신천지라는 이단에 빠졌다는 것을 믿을 수도 없었고, 지금도 부인하고 싶기만 한 깊은 상처입니다. 소희를 따로 만나 회유하려고 했습니다.

신천지에서 활동하는 사람과 함께 약속 장소로 나온 소희에게 “신천지에서는 육체영생을 가르친다고 하지. 이만희는 나이가 많아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씨가 죽는다면 소희 너는 어떻게 할래”라고 묻자 “이만희가 죽는 건 상관없어. 그저 여기 있는 사람들과 같이 지내는 게 좋아. 지금 살아있는 사람을 두고 죽음에 대해 말하기 싫어”라고 대답하더군요.

소희는 완전히 신천지인화되었고, 부모인 제 말조차 듣지 않게 되었습니다. 신천지에서 주장하는 육체영생을 믿기보다 그 안에서 관계를 맺고 지내는 신천지인과의 생활이 더 좋다고 말하는 딸 앞에 그저 무력하게 고개만 떨구었습니다. 관계 중독에 무섭게 세뇌되어 버린 딸과는 그렇게 점점 멀어져갔습니다.

두 번의 좌절 뒤에 찾아온 상실감

매일 봐도 보고 싶은 자식의 얼굴을 전 자주 못 보는 아빠입니다. 자식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지만, 통화도 할 수 없고 만날 수도 없습니다. 그저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만 안부를 묻고 지낼 수밖에 없습니다. 소희가 지냈던 방을 들어가 보지만, 딸의 체취는 점점 사라져가고, 물건은 주인을 잃은 채 먼지만 앉아 있습니다.

가끔 아내가 청소는 하지만 자주 들어가지 못하게 합니다. 소희 방에만 들어가면 눈물을 흘리고 한참 동안 나오지 않는 아내의 모습이 저에게도 큰 아픔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소희는 조그마한 원룸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처음엔 신천지에서 알게 된 친구와 지냈지만, 지금은 그 친구가 따로 나가게 되어 관리비 41만 원을 내는 월셋집에서 지냅니다.

조그마한 회사에 다니며 생계유지를 한다고 하더군요. 저희와 함께 살면서 신천지 활동을 할 때는 새벽 2~3시에도 들어왔습니다. 늦은 귀가에 그저 부족한 학업을 보충하거나 친구들과 지내느라 늦게 들어오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계속된 늦은 귀가와 어색한 핑계로 일관된 거짓된 행동 등의 부자유스러움 그리고 신천지였던 며느리의 고백으로 소희와의 관계는 무너져 버렸습니다.

신천지에 빠진 이들을 위한 이단상담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소희에게 동의를 얻어 함께 상담을 받기도 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신천지 교리에 대한 반증교육을 듣게 했습니다. 하지만 소희는 듣지 않았습니다. 그 후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와 이단상담소에서 반증 교육을 받게 되었는데 소희가 상담소 밖으로 신천지 신도의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던졌고, 건물 경비가 그 쪽지 안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게 되면서 소희가 상담을 받고 있다는 걸 신천지가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신천지가 건물 전체를 에워싸 버린 상황이 되었지요. 소란스러우니 경찰서에 민원이 접수되어 경찰이 왔고, 그 틈을 타 소희는 신천지인과 함께 그곳을 빠져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두 번째 상담도 실패로 돌아갔고, 소희와의 만남은 그렇게 끝이 나 버렸습니다.

신천지에 빠진 딸에 대한 안타까움과 속수무책으로 놓쳐 버린 상황 앞에 그 어떠한 대처도 할 수 없었던 저를 원망하는 마음으로 조용한 곳을 찾아가 가슴이 터질 정도로 소리 지르며 울었습니다.

시위를 통해 신천지를 직면하다

신천지에 소희를 빼앗긴 우리 부부는 그저 넋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었습니다. 신천지에 대한 해악과 신천지에 빠진 수많은 신도들과 우리 딸 소희를 위해서라도 무언가를 해야만 했습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시위였습니다. 현수막과 피켓을 만들었습니다.

 

▲신천지를 향한 외침을 직접 현수막에 적어 시위하는 한동수씨

  

저는 미술학도로 붓과 물감으로 작품을 만들기는 했으나, 천과 나무판에 글자를 적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피 묻은 절규와도 같은 외침 “신천지 맹도가 된 아들딸을 돌려달라”는 문구로 현수막을 만들었지요. 몸에 마이크도 부착하여 신천지 센터 앞으로 갔습니다. 마이크에 대고 신천지의 이단성을 외쳤습니다. 이 외침이 소희에게도 전달되길 소원했습니다.

 

▲직장 앞 건물 앞까지 찾아와 시위하는 신천지

  

저는 5층으로 된 건물 지하에서 공장을 운영 중입니다. 어느 날 신천지 신도 30여 명이 건물을 에워싸고 시위를 하더군요. 앰프를 크게 틀어놓고 피켓을 들고 시위했습니다. 그 시위는 20일 가까이 진행됐고 저희는 명예훼손으로 그들을 고소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공장의 이름과 음해성 발언을 피켓에 적어 놓고 시위를 했기 때문이지요.

건물 안으로 신천지 신도 두 명이 침입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건물 안에 사람이 없는지 두리번거리고, 물건 등을 살펴보는 걸 제가 발견했어요. 저희 부부를 감시하기 위해 신천지에서 보낸 사람 같더군요. 시위를 하게 되면서 신천지의 맹종으로 인한 비상식적인 행태를 직면할 수 있었습니다. 이 두 사건 모두 명예훼손 혐의로 신천지를 형사 고소했고, 신천지는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한 일이 저희 가정에 일어났습니다.

딸에게 고소당하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2월.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조짐이 생기면서 저희 부부가 진행하던 시위에도 제동이 걸렸습니다. 시위를 중단하고 생계에 집중하던 저희 부부에게 고소장이 날아왔습니다. 고소인으로 제 딸 이름이 적혀있더군요. 소희는 저희 부부뿐만 아니라 소희를 상담하려고 했던 이단상담소 실장님도 같이 고소를 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사유는 ‘공동감금’이었습니다. 경찰서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았고,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하루아침에 신천지에 빠진 딸을 둔 부모에서, 딸에게 고소를 당한 부모로 전락했습니다. 이로 인한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지요. 상황을 더 자세히 알아보니 이단상담소 측을 고소하기 위해서는 상담을 의뢰한 부모도 함께 고소해야지만 성립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천지에 빠진 딸을 위해 시위하는 아내

  

소희는 끝까지 상담소 측을 고소하려고만 했다고 하더군요. 고소하게 만든 것도 신천지였으며, 상담소 측만 고소하려고 했다는 것도 모두 신천지의 농간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철저하게 세뇌된 소희는 그저 꼭두각시처럼 그들에게 놀아나며 죄책감이라고는 느끼지 못하는 듯 싶었습니다. 소희에게 이 일에 관한 사과의 말도 듣지 못한 채 그렇게 하염없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수면장애로 약 복용

그동안 신천지에 빠진 소희를 생각하며 겪었던 수많은 일과 정신적 피해 등을 생각하면 과연 우리 가정에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까 의문을 품게 됩니다. 다시 내 품 안에서 키울 수 있을지, 행복한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내가 열심히 살고 돈을 모아 생활이 좋아졌다고 행복한 것이 아닙니다.

부모는 그저 자식이 최우선이며 자식이 잘되었을 때 행복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게 부모입니다. 소희를 생각하는 그 마음이 지나쳤는지 저희 부부는 모두 수면장애를 앓고 있으며 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약이 없으면 단 하루도 잠을 이룰 수 없고, 생활에 지장을 받습니다.

잠깐이라도 잠을 청하는 찰나의 순간에 꿈을 꾼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었는데 딸과 손을 잡고 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3~4명의 사람들이 우리를 주시하더군요. 직감적으로 그들이 신천지에서 딸을 빼가려고 보낸 이들로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들을 피할 생각으로 에스컬레이터가 보여 타고 내려갔는데 에스컬레이터 끝에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에스컬레이터는 멈추지 않고 계속 내려가고 있었고 조급한 마음에 저는 꿈에서 손으로 총 모양을 만들어 그들을 향해 쏘고 있었습니다.

그 긴박감에 소리를 지르고 꿈에서 깼습니다. 꿈에서까지 신천지로부터 시달린다는 것을 소희가 알게 된다면 소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신천지의 코로나19 방역방해 혐의는 유죄

코로나19가 재앙처럼 우리 삶에 들어온 것은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신천지에 대해 모르는 이가 없으며, 부정적으로 인식이 바뀌었다는 것은 좋은 현상으로 보입니다. 저는 코로나19로 인해 딸을 더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리고 그곳에 빠진 또 다른 아들, 딸을 생각합니다. 건강하지 못하고, 건전하지 못한 단체가 이 땅에서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을 나라가 알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이 그들로부터 안전하려면 나라가 보호막이 되어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종교의 자유가 있다는 이유로 이단 단체에 대한 규제는 약하기만 합니다. 코로나19 방역방해혐의에 이만희는 죄가 없다고 하더군요. 작년 5월 인천에 있는 모 학원 강사가 확진을 받고도 동선을 속여 80여 명의 확진자가 생겼났던 사건에는 2년을 구형받았어요.

 

▲메주를 부모의 진한 사랑으로, 나비를 딸로 형상화한 피해자 작품

  

신천지는 31번 환자로 인해 수천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무죄라니요. 코로나19 방역방해 혐의에 대한 신천지의 코로나19 방역방해 혐의는 유죄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신천지는 영혼을 빼앗는 사기꾼 집단입니다. 남을 속여야 이득을 보는 이기주의 집단입니다. 이 죄목에 판결을 짓는 판사의 딸과 아들이 신천지에 빠졌다면 과연 이런 판결을 내릴 수 있었을까요.

신천지에 딸을 빼앗긴 한동수씨는 조각을 전공한 미술학도였다. 나비를 딸로 움직이지 못하는 기계를 신천지에 대비하여 그림을 그려 수상을 하기도 했다. 그림 속 나비는 외로워보인다. 꽃도 풀도 없는 날 수 있는 하늘도 없는 삭막한 그곳에 홀로 외로이 세상과 단절된 채 지내는 그 나비가 언젠가는 세상 밖으로 나와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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